해외브랜드를 명품 착각…"사치품·고가품으로 불러야
대한민국 어플루엔자에 감염되다]
"명품이 아니라 사치품 내지 해외 브랜드로 써달라."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값비싼 해외 브랜드가 명품으로 둔갑한 데는 언론의 역할이 작지 않다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명품(名品)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혹은 작품'이다. 영어로는 'Well-made Product'. 고가 브랜드 상품을 우리처럼 거리낌없이 명품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영어로는 'Luxury Goods' 혹은 'Premium Product', 즉 사치품이나 고가품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명품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20여년 전부터. 1990년 9월 갤러리아 백화점이 의류전문점 파르코(현 갤러리아명품관 EAST)를 재개장하면서 '명품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곳에 진열된 해외 브랜드를 중심으로 명품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된 것이다.
명품이란 용어의 후광효과는 대단하다. 그렇게 불리는 고가의 해외 브랜드는 당연히 고급 소재로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고가 브랜드는 유럽 장인의 공방이 아닌 중국 등지의 공장에서 생산된다. 여느 기업처럼 인건비 등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원가 절감을 위해 과거보다 질 낮은 소재를 쓰기도 한다.
어느 브랜드는 같은 제품을 유럽과 중국의 공장에서 동시에 생산한다. 포장을 뜯어 속을 보기 전까진 'made in France'인지 'made in China'인지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복불복이다.
명품 소비 열풍으로 대표되는 어플루엔자 치유는, 고가 브랜드에 명품이 아닌 사치품 혹은 고가품이란 제 이름을 찾아주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