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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껍질채 먹어라

아련이 2006. 8. 4. 23:30
 

 

 

우리가 어렸을 때는 사과를 능금이라고 불렀다. 대구는 능금의 도시였고 대구 아가씨들은 사과를 많이 먹어서 예쁘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결코 바나나나 파인애플을 맛볼 수 없던 시절에 사과는 모든 과일 중 으뜸이었다. 소풍 가는 날도 달걀 프라이와 사이다 한 병 그리고 사과 한 알이면 모든 것이 오케이였다. 그 무렵에는 모든 사람들이 사과를 옷에 쓱쓱 문지를 다음 ‘와삭’ 하고 깨물어 먹었다.
 
 매일 사과 한 알만 먹으면 평생 병원에 안 가도 된다고 어른들은 말하면서도 잘 먹여 주지는 않았다. 밥 먹기도 힘든데 사과씩이나… 그래서 사과는 더 맛있었고 또 더 건강해 보였다.

 딸기나 귤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사과에 비타민C가 제일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머리가 굵어진 후 다시 알아보니 사과에는 겨우6mg의 비타민c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걔, 6mg밖에 안 들어 있단 말이지. 그럼 뭣 땜에 사과를 과일의 왕이니 의사를 굶어죽게 만든다느니 하며 떠받드는 거야?” 사과를 건강의 제왕으로 만든 것은 바로 식물성 섬유인 펙틴pectin이다.

 

 사실, 식물성 섬유는 식품영양학이나 의학적 측면에서 오랫동안 찬밥을 먹었다. 그 자체가 영양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간이 분비하는 소화효소로는 절대 분해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그저 몸속을 통과해서 배출되는 식물의 찌꺼기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과의 펙틴


하지만 음식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영양소에 대한 연구들이 봇몰을 이루면서 식물성 섬유의 놀라운 능력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우선 식물성 섬유가 ‘장 청소기’ 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식물성 섬유는 인체에 영양을 주지도 않고 인체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도 않지만, 사람의 몸속을 빠져 나갈 때 그냥 나가지 않고 주변의 잡다한 쓰레기들을 사정없이 흡착해서 끌어안고 대변과 함께 배출시킨다.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당, 농약, 다이옥신 등등의 유해물질이 이때 함께 빠져 나가니, 장은 그야말로 반짝반짝 윤나는 마루바닥처럼 깨끗하게 청소된다. 이처럼 장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면 대장암 발생의 걱정이 줄어든다. 요즘 대장암은 폐암, 전림선암과 함께 증가 추세를 보이는 암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서구화된 식생활 덕에 고기를 많이 먹게 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병이 되고 있다. 그러니 장 청소를 확실히 하고 싶다면 고기를 드실 때 드시더라도 채소와 과일을 많이 곁들이시라. 그것도 꼭꼭 씹어서…

 

 

사과 껍질을 무시하지 마라

 

사과의 펙틴은 그 풍부한 식물성 섬유로 훌륭한 장 청소기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펙틴은 하얀 속살보다 빨간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사과를 껍질째 ‘아삭’ 씹어 먹는 것은 치아에도 좋고 펙틴 질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도 된다.

 그럼 사람들을 대번에 “껍질이 농약 투성이라는데 그냥 먹으란 말이냐?” 라는 비난성 질문을 쏟아 낼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농약이 조금 있더라도 그냥 껍질째 드시라’다.

 

 

 

사람들이 농약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수확기며 며칠 또는 몇십일 전부터는 약을 뿌리지 말라고 규정을 정해 놓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껍질의 영양학’을 옹호하사람들은 사과를 흐르는 물에 솔로 잘 씻어서 먹으면 농약쯤은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한다. 설령 농약 성분이 일부 잔류한다 해도 결국 펙틴질이 다 끌고 나갈 테니 걱정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일을 먹을 때(주로 5일장에서 사는 싸구려이기 때문에 농약을 많이 맞았을 게 틀림없다) 콩 세제로 표면을 잘 문지른 다음 흐르는 물에 씻어서 먹는다. 잠시 책장을 덮고 빨간 사과 한 알 잘 씻어서 껍질째 ‘아삭’ 깨물어 보지 않으시겠는가.


 참, 대구아가씨가 능금 때문에 예뻣다고 한 말은 사실이다. 사과의 AHA(Alpha-Hydroxy Acid) 성분이 피부의 각질을 제거해 주고 피부보습력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받아서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켜 주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능금산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여자들 화장품을 들여다보면 AHA 성분이 들어 있다고 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과를 먹다가 잠시 딴 일을 하고 다시 사과를 먹으려면 속살이 갈색으로 변한 것을 보게 된다. 사과의 빨간 껍질이 그동안 속살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가 ‘양산’ 이 벗겨지니까 타 버리는 현상이다.

 

우리가 사과의 빨간 껍질을 먹는다는 것은, 그 빨간 껍질의 성분이 우리의 DNA도 보호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껍질을 왜 정성들여 깎아 버리는가. 건강을 증진시켜 주는 물질들은 대부분 껍질에 스며들어 있다. 간에서 발생한 암세포에다 껍질을 깐 사과의 추출액과 빨간 껍질의 추출액을 집어넣고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았다. 결과는 껍질 추출액이 50% 더 강하게 암세포의 증식을 막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