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香 시인의 향기

빈집의 습관

아련이 2015. 4. 23. 06:48

 

 

                              빈집의 습관                   은향

 


살아오면서 무심코 떼어 놓은 생각의 무늬들이

오랫동안 향기 묻어둔

빈집의 문을 열고 닫는다

해맑은 웃음소리 간간히 들려오던

목청 키우는소리가 사라진지 오래된,

꽃 지고 난 뒤

바람속에서 씨를 키우고 날리는 나무의 빈집

하늘과 구름이 두 다리 쭉 뻗고 쉬어가는

직박구리 새의 빈 둥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햇살 아래

동그란 허리를 구부린 바람의 꽁무니에

줄을 선다

쏜살같이 지나온 오십 여년

기다림의 습관은

허리 한 번 낮추지 않는데

안방까지 차지하고 놀다 가는

무료한 햇살이 모여든 그 집에

구름이 지나가다 큰 소리로 묻는다

 

누구 없나요?

 

 

 

 

 

 

 

 

 

 

 

 

 

 

 

 

 

 

 

 

 

 

 

 


Merci Cherie (고마워요 내사랑) ㅡ Frank Pourc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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